"두려웠지만" 칼부림 와중에 피해자 지혈한 소년 영웅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벌어져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도 피해자들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애쓴 시민들이 있었다. 범인이 다가오는 상황에도 지혈을 멈추지 않은 소년 영웅도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3일 오후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에서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응급 처치를 한 이는 17세 윤도일군이었다. 그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계신 분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갔다며 범인이 올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계속 상처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고 이날 언론사에 말했다.
윤군은 이날 오후 6시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해당 백화점 근처를 지나던 중 야외 광장에 젊은 남녀 2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었다.
피의자가 체포되지 않아 다수의 인파가 혼비백산 도망치는 상황이었지만, 윤군은 한달음에 부상자들에게 달려갔다. 그는 두 피해자 중 부상 정도가 훨씬 심해 보이는 여성에게 다가가 복부의 상처를 두 손으로 꾹 누르며 지혈했다. 여성은 윤군과 또래인 10대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윤군은 남성분은 스스로 지혈하고 계시는 반면, 여성분은 너무 많이 다치신 것으로 보여 곧바로 지혈에 나섰다며 이후 백화점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남성분의 지혈도 도와주셨다고 돌이켰다. 범인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일단 부상자를 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30여 분간 지혈을 이어갔다고 한다.
지혈 과정에서 실제 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흉기를 든 채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윤군은 “계속 주변을 살피며 지혈하던 중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흉기를 든 채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봤다”며 “만약 그 상황에서 범인이 다가오면 대치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던 경찰관을 보고 도망쳤고 경찰관들이 뒤쫓았다”며 “(그러고선) 그냥 계속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군은 부상자의 어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대신 받아 상황을 설명하고, 그가 도착해 부상자와 함께 구급차에 올라탈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윤군은 “평소 구급 대처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상을 보고는 했는데 도움이 돼서 다행”이라며 “피해자 두 분 다 시간이 갈수록 의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시고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꼭 완쾌하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59분즘 해당 백화점 1~2층에서 피의자 최모(23)씨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흉기 난동 직전에는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고의로 들이받기도 했다.
최 씨의 연속 범행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차량에 치이거나 흉기 찔려 다쳤다. 14명 중 12명이 중상자로 분류됐고, 교통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초 신고 6분 만에 도주 중인 최 씨를 발견해 현행범 체포했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 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싶었다”라고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의 정신 병력을 확인하고 있다. 마약 간이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그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잼버리 행사 이틀 만에 환자 1300명. 각국 부모들 "우리 아이 어쩌나"
- 폭염 속 아수라장된 잼버리
- 고온의 폭염 속 온열질환- 화상 등 환자 속출
- 급수, 냉방시설 부족. 졸속운영 논란
- 韓 총리 "여가부장관 현장에서 조치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잼버리조직위원회는 3일 영내 활동을 중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미숙한 준비와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잼버리조직위, 소방청 등에 따르면 개영식이 열린 전날(2일) 온열질환 315명, 일광화상 106명, 벌레 물림 318명 등 113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2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환자가 나왔다.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진 3일 최소 101명이 소방 구급대에 의해 이송 조치된 것을 감안하면 4일 오전 발표되는 잼버리 누적 환자는 최소 13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위는 이날 영내 활동을 전격 중단하고 의료진을 추가 투입하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준비 부족과 운영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야영장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더위를 식히려는 대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급수 부족으로 편의점에는 얼음과 물을 사려는 대원들로 수백 m의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중학생 아들을 잼버리에 보낸 한 학부모는 “전 세계 미성년자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이렇게 방치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잼버리 졸속 운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안전사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 및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우려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 머무르며 마지막 참가자가 떠날 때까지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라고 지시했다.
- 장관이 조직위 공동위원장
- 집행위원장은 전북도지사가 맡아
- "복잡한 조직위 구성, 부실대응 초래"
1일 개막한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재난 상황’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일찌감치 예견됐음에도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문제가 터진 뒤에는 부처들 간 체계적인 공조·대응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지시를 내렸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직접 대회 현장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만큼 늦어도 너무 늦은 수습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잼버리 주최 기관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다. 주관 기관은 조직위다. 이 조직위의 공동위원장을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여기에 집행위원장인 전북도가 함께 의사결정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 체계 구조가 복잡하고 책임은 분산돼 있다 보니 ‘폭염 리스크’ 등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부처마다 뒷짐만 지고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조직위 내부 각 팀 안에 여러 부처와 기관의 담당자들이 섞여 있다”며 “온열질환 대응과 대비를 여가부 등 특정 부처의 담당 업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올해 2월까지 여가부와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대회 준비를 해왔고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행안부와 문체부가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처장 중에선 (여가부) 김현숙 장관이 대회 준비 및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보고를 해왔다. 주무부처는 여가부로 보는 게 맞다”라고 했다.
행안부는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정부 합동 안전 점검에서 폭염 대비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며칠 전만 해도 물난리를 겪었던 상황이라 수해로 인한 물 빠짐과 보행 환경이 이슈였다”며 “이후 예상보다 폭염이 심해져 시설 부족 등 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가 커지자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이날 새만금 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폭염에 대해서 준비를 아무리 한다고 했어도 만족할 만큼 준비를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총리는 이날 여가부 장관에게 “마지막 참가자가 안전하게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총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무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매일 브리핑을 통해 현장 상황·조치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라고도 했다. 한 총리 지시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새만금을 직접 찾았다.
행안부는 지자체 폭염 관리를 위해 17개 시도에 재난안전특교세 30억 원을 긴급 교부했다. 행안부 장관도 이날 새만금 부지로 직접 가서 긴급 현장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엄영선 전북도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부분의 해외 청소년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면서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참가비마저 무료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라고 썼다. 이에 앞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전날 라디오에서 “통상 400명의 온열질환자 발생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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