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4일, 삼성 라이온즈 대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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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23년 7월 4일, 삼성 라이온즈 대 두산 베어스.

by 만물보부상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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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 던지고 흙 털고, 연습 투구하다 휘청... 아찔했던 포항구장의 '우중 혈투'

경기가 끝나고도 비가 계속 내려 방수포를 덮고 있는 포항구장.

지난 4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부상 방지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날 포항구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고 포항구장과 돔구장인 고척돔을 제외한 다른 구장은 모두 우천으로 취소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날씨가 이렇고, 인조 잔디고 하니까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 전 비가 잠시 그쳤다. 하지만 이미 많은 비가 내려 구장에는 비가 흥건한 상태였다. “인조잔디라서 미끄러울 텐데”라며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야구장이 정비된 후에 경기가 정상대로 시작됐다. 경기 전 김남일 포항 부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장의 시구와 시타 행사도 진행됐다.

하지만 비는 경기 시작 후에도 내리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경기를 지켜봤다. 계속해서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비로 잔디와 마운드가 젖으면서 경기 중 선수들이 불편함을 드러내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특히 투수들은 투구를 하는데 어려움을 보였다.

삼성이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양창섭이 등판했다. 삼성이 승리를 하기 위해서 최근 불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그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었다.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5선발 자리를 꿰찬 그였지만 선발로서는 4경기 무승 3패 평균자책 12.12를 기록하며 부진했고 불펜으로 보직이 이동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불펜으로 7경기 평균자책 2.25로 팀의 필승조로 자리 잡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흙이 비로 젖여 뭉친 상황이라 양창섭은 공을 하나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와 스파이크에 뭉친 흙을 터는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그는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2루타를 맞았고 양석환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한 점을 빼앗겼다. 강승호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했지만 로하스를 상대하다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결국 양창섭은 교체됐고 좌완 이승현이 마운드에 올라 동점을 허용했다.

두산 투수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7회말 등판한 두산 김명신은 주심에게 어필을 했고 부랴부랴 정비팀에서 마른 흙을 가지고 와 마운드에 뿌렸다. 8회 2사 2루에서 등판한 정철원은 연습 투구를 하다 마운드에서 넘어졌다. 거의 데굴데굴 구르는 수준으로 넘어진 정철원을 보고 깜짝 놀란 두산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달려왔다. 정철원은 다시 일어나서 연습 투구를 마쳤다.

경기는 두산의 승리였다. 연장 10회 삼성 오승환이 두산 김재환에게 투런포를 맞으면서 삼성은 포항 홈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우중 혈투 속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경기 후 한 투수는 “마운드 플레이트가 새것이라서 그것도 미끄러운데 마운드 앞 흙도 젖어서 미끄러웠다”라고 말했다. 다른 야수는 “고교야구를 하는 것 같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무사 3루 KKK 극복 'SV 2위' 투수조장의 첫 마디 "미안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홍건희 투수.

"마무리 투수로서 힘이 됐어야 했는데…."

홍건희(31·두산 베어스)는 지난 4일 포항 삼성전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3에서 5-3으로 앞서나간 연장10회. 홍건희는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현준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불안한 출발. 폭투까지 겹치면서 무사 3루 위기에 몰렸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강한울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피렐라를 삼진 처리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강민호와 상대. 비로 인해 질척인 땅에 밸런스가 다소 흔들렸고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볼넷이 나왔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고, 홍건희는 '거포' 오재일은 삼진 처리하면서 승리를 지켰다. 시즌 17번째 세이브. 홍건희는 세이브 2위를 달렸다.

팀 승리를 지켜냈지만 홍건희는 밝게 웃지 못했다. 최근 불안했던 모습이 다시 한번 이어졌기 때문. 지난 30일 롯데전에서 패전투수가 됐고, 1일에는 안타 3개를 맞기도 했다.

홍건희는 "최근에 접전의 경기가 많았다. 마무리 자리에서 힘이 됐어야 했는데 지난 경기와 이전경기에서 흔들려서 미안했다"라며 "불안했지만 오늘 경기 잘 막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4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이 삼성에 승리했다.

올 시즌 홍건희의 이닝 당 출루허용율(WHIP)은 1.47로 다소 높은 편. 홍건희는 "원래 정면 하는 스타일이라 방망이에 맞춰서 결과를 내고, 유리한 카운트에 삼진을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구위가 만족스럽지 못할 정도로 나오니 코너워크에 신경 섰고, 주자가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볼넷도 늘어났다"라며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는데 빨리 내 페이스를 찾도록 연구해 봐야겠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홍건희는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 초대장을 받았다. 홍건희는 "작년에도 감독 추천 선수로 뽑혔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갔다. 좋은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올스타에 맞는 활약으로 보답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3연승보다 의미 있는 김재환의 결승포

두산베어스 김재환 선수.

  • 최근 10경기 1할대 타율 부진
  • 19일 만에 홈런포로 타격감 회복 노려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타자 김재환(35)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재환은 지난 4일 포항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연장 10회초 결승 투런 홈런(시즌 7호)을 쏘아 올렸다.

이날 두산은 0-3으로 끌려가던 7회초 4안타에 2 볼넷을 얻어내 동점을 만든 후 10회 김재환의 홈런에 힘입어 5-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재환은 팀의 3연승을 견인했고, 5위 두산(36승 1무1 무 36패)은 5할 승률에 복귀해 공동 4위 롯데 자이언츠(36승 35패)와 NC 다이노스(36승 1 무 35패)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이날 두산은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5할 승률에 복귀하면서 상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하나는 김재환의 홈런포가 터졌다는 것이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두산 왕조'의 4번타자로 큰 공헌을 했다. 홈런 타자들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사용하면서도 2022년까지 매 시즌 평균 3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해까지 최근 7년간 무려 211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하지만 올해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재환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그의 타순을 클린업 트리오 뒤에 두기도 했고, 2번 타순에 배치하기도 했다. 중심타자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재환의 타격감은 들쑥날쑥했고, 최근 10경기 타율은 0.184(38타수 7안타)에 불과했다. 득점권 찬스에서도 위압감이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홈런도 눈에 띄게 줄었다. 4월 2 홈런을 날린 김재환은 5월 홈런이 1개에 그쳤다. 무려 한 달 이상 홈런을 치지 못한 적도 있다. 지난달 15일 LG 트윈스 전에서 시즌 6호 투런 홈런을 친 이후 한동안 손맛을 보지 못했다.

심기일전한 김재환은 중요한 순간에 장타력을 뽐내며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김재환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10회초 무사 1루에서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투런포를 가동했다. 김재환은 오승환의 밋밋한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장타로 연결했다.

6호 홈런 이후 19일, 15경기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호쾌한 스윙과 배트 플립은 전성기 시절 김재환의 모습이었다. 이 감독과 팀 동료들은 김재환이 결정적인 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어느 때보다 크게 환호하며 반색했다.

김재환은 이번 홈런포로 타격 부진에서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산에게 김재환의 부활은 3연승보다 더 의미 있고 값지다. 김재환이 살아나면 양석환, 양의지 등 중심타자와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타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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