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12일, SSG 랜더스 대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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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23년 7월 12일, SSG 랜더스 대 두산 베어스.

by 만물보부상 202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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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약속의 시간' '8회의 남자' 이승엽 감독의 '8월의 승부'

두산베어스 이승엽 감독.

이제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선 듯한 표정.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마도 이런 날을 기다렸던 것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9연승에 성공한 지난 12일 문학 SSG전 경기 전이었다. 이 감독은 저무는 전반기를 돌아보며 새로 열릴 후반기를 내다봤다. “앞서 60경기 이상은 답답한 경기를 했는데”라는 말로 시작한 인터뷰였다. 이 감독은 승률 0.478(33승1무36패)이던 지난 6월까지 성적과 9전 전승으로 달리는 7월 성적을 대비시키며 두산 야구의 변화와 후반기 희망을 얘기했다.

이 감독은 이날 승리로 역대 베어스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프로 원년인 1982년 베어스 우승 사령탑 김영덕 감독과 1984년 김성근 감독이 남긴 이력이었다.

초보 사령탑으로 이 같은 흐름이라면, 다소 들뜬 만도 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말끝에는 힘을 주면서도 굉장히 차분한 얼굴이었다. 시즌 승부처에 아직 이르지 않은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진짜 승부처는 8월”이라고 강조했다. 7월로 접어들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물리적·심리적 총력전을 선언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후반기 이후 싸움을 위해서는 전반기를 마치며 순위표에서의 적정 수준 자리를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선두권과 간격에 따라 후반기 목표 지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두산은 12일 현재 3위를 달리며 선두 LG에는 6.5게임차, 2위 SSG는 4 게임차까지 따라붙고 있다. 6월을 마칠 때만 하더라도 LG에는 11.5 게임차, SSG에는 10 게임차로 벌어진 가운데 6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이 감독은, 오는 21일부터 재개되는 후반기와 8월 승부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름 승부의 최우선 관건인 마운드가 단단해지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이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 1.04로 투수진에 새 동력을 제공한 가운데 라울 알칸타라, 곽빈, 최원준까지 4 선발에 김동주가 가세하는 선발진이 막강해졌다.

두산은 9연승 기간 팀 평균자책 1.76을 기록하며 선발 자책 2.39를 기록했다. 홍건희, 정철원을 축으로 김명신이 펄펄 날고 박치국, 이영하 등이 살아나는 불펜진 또한 점차 승리조 뎁스가 생기고 있다. 9연승 기간 불펜 자책은 0.82였다.

이 감독이 8월을 응시하며 기대하는 것은, 야수진 구성에 짜임새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마침내 자기 스윙을 찾은 가운데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NC로 간 박세혁 보상선수로 이적한 내야수 박준영이 부상을 털고 복귀한 뒤 팀 야수진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9연승 경기에서도 2타점 역전 2루타를 때린 박준영은 지난주 1군에 올라온 뒤 12타수 5안타(1 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과거 두산 야수진에 새 얼굴이 화수분처럼 올라올 때의 풍경을 불러오고 있다.

8월은 시즌 초반 어깨 부상으로 재활 치료를 해온 외야수 김인태의 예상 복귀시점이기도 하다. 김인태는 7월말 기술훈련에 들어가 8월 실전 모드로 전환한다. 이 감독은 “필드에서 뿐 아니라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팀에서 귀한 존재인 김인태가 차근차근 회복하고 올라와 그때(8월) 힘이 돼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8회의 남자’로 통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역전 2점홈런을 때리는 등 매번 큰 경기 때마다 초반 고전 속에 인내하다가도 8회 들어 결정적 활약을 한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감독 이승엽’ 또한 기다림을 시작한 끝에 기회를 맞고 있다. 어쩌면 이 감독의 올해 8월은 선수 시절의 8회 같은 ‘약속의 시간’ 될지 모른다.


'1853일 만의 9연승' 쐐기포 터뜨린 안방마님 "후반기에 홈런 더 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죠"

두산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 선수.

"후반기에는 더 많이 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두산 베어스는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서 4-1로 승리했다.

양의지는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 득점 1 사사구로 활약했다. 2-1로 앞선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노경은을 상대로 1점 홈런을 터뜨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지난달 22일 잠실 SSG전 이후 처음으로 나온 홈런포였다.

양의지는 경기 후 "지금 홈런 페이스가 너무 안 좋다"며 웃으며 이야기한 뒤 "먼저 김주찬 코치님께서 항상 포인트를 많이 확인해 주신다.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후반기에는 더 많이 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양의지는 발등에 부기가 있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포수 마스크는 장승현이 썼다. 장승현은 3타수 2안타로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양의지도 장승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양의지는 "계속 잔부상이 있었다. 수비를 나가줘야 하는데, 못 나가고 있다. 그래도 (장)승현이가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팀이 9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반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반기 시작하면 수비 많이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두산은 9연승을 질주 중이다. 지난 1~2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 2연승을 시작으로 포항 삼성 라이온즈 3연전, 잠실 키움 히어로즈 3연전 그리고 12일 SSG전까지 모두 승리했다.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부터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9연승을 질주한 뒤 1853일 만에 첫 9연승을 달성했다. 당시 두산은 6월 16일 대전 한화전까지 10연승을 질주했다.

양의지는 "우리 팀이 초반에 투수진은 괜찮았는데, 타격 사이클이 안 좋아서 힘든 경기를 많이 했다. 7월에 마이너스(33승 36패)로 시작했는데, 포항에서 감독님이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 포항 다녀온 것이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된 것 같다"며 "최근 득점권에서 타격이 잘 되다 보니 투수들도 더 잘 던져주는 것 같다. 브랜든도 와서 선발진이 안정되니 팀이 안정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이런 날을 기다렸다. 60경기 이상 치르면서 답답한 경기가 많았었는데,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며 "전반기 마지막에 노력의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의지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많이 좋아졌다.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결과도 좋고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하니까 자신감을 얻어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명타자면 하루 최소 2안타 쳐야" 포수가 '3/4/5' 슬래시 라인이라니, 돈이 양의지 값 하고 있습니까

인터뷰 중인 양의지 선수.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돈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아니 돈이 양의지 값을 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두산은 7월 전승과 더불어 9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승을 더한다면 팀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10연승과 타이를 이룰 수 있다.

9연승 과정에서 가장 빛난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은 단연 양의지다. 양의지는 7월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81/ 13안타/ 1홈런/ 5타점/ 8 볼넷/ 4 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7월 12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도 양의지는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3대 1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솔로 홈런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양의지 홈런 덕분에 불안한 한 점 차 리드에서 벗어난 두산은 9회 초 추가 득점과 함께 4대 1 승리로 9연승을 완성했다.

7월 13일엔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장마 예보가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경기는 열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두산은 12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의 전반기를 정리하자면 ‘두산은 곧 양의지였다’다. 양의지는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5/ 83안타/ 8홈런/ 40타점/ 출루율 0.438/ 장타율 0.496/ 6 도루로 팀 핵심 타자다운 성적을 거뒀다. 포수로서 3(타율)/4(출루율)/5(장타율) 슬래시 라인이 눈앞에 다가온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12일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전반기 초반부터 투수진은 괜찮았는데 타격 사이클이 안 좋아서 힘든 경기가 잦았다. 7월을 승패 마진 마이너스로 시작했는데 이승엽 감독님이 포항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신 덕분에 9연승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웃음). 브랜든 선수 합류로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득점권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12일 문학 SSG 전에서 솔로런을 터뜨린뒤 이승엽 감독과 인사하는 양의지 선수.

양의지는 전반기 초반부터 주루를 하다가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최근엔 발등 붓기가 빠지지 않아 포수 출전이 어려웠다.

양의지는 “팀이 이기려면 자주 출루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열심히 뛰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나온다. 포수로서 경기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큰 데 최근 몸 상태가 안 좋아 죄송했다. (장) 승현이가 최근 공·수가 다 좋아져서 자신감 있게 뛰는 걸 보니 편안하게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간다(웃음). 그래도 지명타자로 나간다면 하루 최소 2안타는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반기 때는 다시 수비 출전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전혀 빠질 것이 없는 개인 성적이지만, 양의지는 홈런 개수가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바라봤다.

양의지는 “올 시즌 전반기 동안 홈런 페이스가 너무 안 좋았다. 김주찬 코치님이 항상 스윙 스폿 포인트를 잘 확인해주신 덕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후반기 때는 홈런을 더 자주 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베테랑과 젊은 피의 조화로운 활약상 속에 9연승을 달성했다. 양의지-김재호-정수빈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홍성호, 박준영, 장승현 등 젊은 야수들의 분전이 빛났다.

양의지는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얻고 경험치가 생기는 분위기다. 확실히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 더 과감하게 플레이할수록 결과도 좋다. 거기에 연승까지 따라오니까 더 큰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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