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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실패에도 성공을 꿈꾸게 하는 뮤지컬, '킹키부츠'
"Ladies, gentlemen and those who are yet to make up your mind"
2012년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초연됐고, 2014년 12월 국내에서 초연이 올라온 뮤지컬이다. 2005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국 영화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출과 안무에 제리 미첼, 대본에 하비 파이어스틴, 작사 작곡엔 신디 로퍼가 참여했다.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에서 수상하여 각본가 하비 파이어스틴에게 5번째 토니상을 안겼고, 대중에게 잊히던 가수인 신디 로퍼에게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단단히 다지게 하며 EGOT에 한 발 더 가깝게 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제작한 뮤지컬이다.
- 시놉시스
전혀 다른 두 남자의 환상적인 팀워크! 올 여름, 다시 한번 성공을 꿈꿔라!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는 생각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도전을 시작한다.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함께 만들기로 한 것! 밀라노 패션쇼에서 핫하고 섹시한 '킹키부츠 라인'을 선보이려 하지만, 협업은 어렵기만 하다. 결국 '찰리'는 밀라노 런웨이에 홀로 서게 되는데...
두 남자가 함께 완성한 '킹키부츠'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찰리 프라이스 : 주인공.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으로 신발은커녕 다른 것에도 별 다른 열정 없이 살아왔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3대째 내려오던 프라이스 앤 펀드 구두 공장의 사장이 되었다. 하지만 공장이 망할 위기에 놓이자 무너져가는 공장을 일으키기 위해 롤라를 디자이너로 영입한다. 그리고 남성용 부츠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공장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무언가에 열정을 갖기 시작한다.
- 롤라 : 찰리로 인해 '킹키 부츠'로 영입된 디자이너. 당당한 드래그 퀸이자 쇼걸이지만, 수준급 복서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 뮤지컬의 진짜 주인공이기도 하다. 원본인 브로드웨이판에서는 흑인 배우가 맡는다
- 로렌 : 찰리 프라이스 공장의 직원. 구두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찰리가 해고하려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찰리가 킹키 부츠를 만들게 된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다. 그 덕분에 로렌은 일반 직원에서 매니저로 승진된다. 나중에는 찰리에게 반해버리는 인물. 끝에는 찰리와 이어지며 입맞춤을 한다.
- 돈 : 마초적이고 보수적인 공장 직원. 롤라에 대해 못마땅해하며 갈등을 일으키지만, 복싱 시합 이후 화해한다.
- 니콜라 : 찰리의 오랜 여자친구이자 약혼녀. 어렸을 때부터 찰리와 함께 자라왔으며 시골 고향에서 벗어나 도시 생활을 꿈꾸는 당찬 여인. 찰리와의 결혼보다는 미래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혼반지보다 구두를 더 원했던 그녀는 나중엔 직접 자신이 빨간 구두를 사 신으며 찰리에게 이별을 고한다.
- 조지 : 구두 공장 직원. 찰리의 아버지와도 오랜 기간 일하며 찰리가 어렸을 때부터 그 성장을 봐온 인물.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공장에 다시 부임한 찰리에게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게 된다.
- 리처드 베일리 : 런던의 부동산 개발업자. 찰리가 런던에서 니콜라와 함께 다니기로 했던 회사의 사장이며 니콜라와 함께 찰리를 찾아와서 노스햄턴의 프라이스 앤 선 공장터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제안한다. 찰리는 남성용 부츠를 만들어서 공장을 다시 부흥시킬 생각에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여기엔 다른 사연이 있었다.
- 팻 : 공장의 오피스 매니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공장 직원들 중 거의 유일하게 처음부터 구두를 신고 있고, 'Sex is in the heel' 넘버에서는 하이힐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스포일러> 롤라의 연인이다. 직접적인 대사로 언급되지는 않으나, 은연중에 둘이 눈을 마주치거나 손을 잡고, 찰리의 폭언에 롤라가 뛰쳐나갔을 때 공장 직원들이 '팻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둘을 묶어서 생각하는 등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둘의 관계를 제일 잘 보여주는 넘버가 바로 '여자의 로망(What a woman wants)'.
영국 노샘프턴의 신발 공장 Price & Son. 그곳의 후계자 찰리 프라이스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공장을 떠난 지 오래였으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공장을 물려받게 된다. 그러나 찰리가 떠난 사이 공장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다. 공장을 다시 일으킬 방법을 찾던 찰리는 우연히 클럽에서 공연하는 여장남자 드랙 퀸 롤라를 만나고, 하이힐 굽이 자주 부러져 불편하다는 그의 말에 영감을 얻어 공장의 새로운 사업으로 드랙 퀸들을 위한 부츠, ‘킹키부츠’를 떠올린다.
Sex Is in the Heel
찰리는 공장으로 찾아온 롤라에게 새로 만든 남성용 부츠를 자랑스레 선보인다. 그러나 롤라는 그가 만든 ‘육포처럼 납작한 벌 그 죽죽 버건디 부츠’에 질색하며 ‘15cm 굽의 섹시한 빨간색 힐’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이때 롤라와 그의 동료 드랙 퀸 ‘에인절’들이 힐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부르는 넘버가 「Sex Is in the Heel」이다. 단어 ‘sex’는 성(性)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성관계, 성적 매력의 의미까지도 포함하는데, 작중에서는 이 모든 의미가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공장 직원 트리시의 대사에서는 성관계를, 가사의 표면적인 의미로는 성적 매력을, 롤라의 삶에서는 성 정체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드랙 퀸(drag queen)은 여성의 모습으로 꾸민 남성을 칭하는 용어지만 그들의 성 정체성과 지향성은 각기 다르다.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성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성애자도 있고 이성애자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든 여장남자는 동성애자라는 편견이 남아 있다. 보수적인 공장 직원 돈이 롤라가 이성애자임을 밝히자 당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돈이 롤라에게 “너 여자 좋아해?”라 묻자, 롤라는 “사랑해. 아니, 숭배해. 난 내 인생을, 여자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 바쳐온 사람이야”라 답한다. 흔히 「여자의 로망」으로 불리는 「What a Woman Wants」에서 롤라는 자신을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으로 분명하게 밝힌다.
롤라는 하나의 정체성에 당연하다는 듯 따라붙는 편견들을 부수는 인물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는 것,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는 것, 여자를 사랑하는 것 모두 롤라의 정체성의 일부이다. 「What a Woman Wants」 다음 넘버인 「In This Corner」의 첫 가사는 “Ladies and gentlemen,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 못 하신 분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롤라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sex’를 스스로 규정하며, 하이힐 역시 그 수단 중 하나다. 그래서 롤라에게, “Sex is in the heel”이다.
하이힐, 억압과 자유의 경계
롤라는 하이힐을 그야말로 숭배한다. 그는 찰리가 킹키부츠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남성용 구두는 섹시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툭하면 굽이 부러지는 힐을 꿋꿋이 신고 다닌다. 「Land of Lola」 공연을 마치고 벗은 힐을 소중하게 쓰다듬는 모습, 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Sex Is in the Heel」의 모습에서 하이힐에 대한 롤라의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하이힐은 코르셋과 함께 오랜 시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하이힐이 자유를 의미하는 <킹키부츠>에서의 상징은 일견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똑같은 소재에 성별 하나만 바꾸면 하이힐은 억압의 상징에서 자유의 상징이 된다. 이러한 하이힐은 2010년대부터 확산된, 꾸밈 노동을 거부하자는 ‘탈코르셋’ 운동의 표적이 되어 일부 급진적인 집단에서는 하이힐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결국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또 하나의 억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롤라는 누군가에게 반항하기 위해서나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에 힐을 신는다. 그가 원해서 힐을 신는다면 누구도 그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막을 수 없다. 자유로운 사회란 하이힐이 없는 세상이 아닌, 여자든 남자든 하이힐을 신어도 신지 않아도 좋은 세상이다.
될 수 없었어, 아버지가 원하는 자식
롤라는 성 정체성과 꿈 양 측면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그로 인해 세상의 편견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그런 편견들에 익숙한 롤라는 “날 보면서 지들 인생은 정상이라 믿고 싶은 비정상들이 클럽에 만땅이거든!”라며 웃어넘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여유로움은 오랜 시간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새살이 돋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얻은 것이다. 그리고 롤라의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를 주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다.
보수적이었던 롤라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따라 복싱선수가 되기를 강요했고, 어릴 때부터 드레스와 구두에 관심을 보였던 롤라를 엄하게 대했다. 프로급 복서로 성장했지만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한 롤라는 결국 중요한 시합 날 하얀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면서 아버지와 의절했다. 롤라는 찰리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웃긴 건, 아버지는 난 그렇게 단번에 끊어냈으면서 그 해로운 담배는 평생 못 끊으셨다는 거야. ···야, 내가 담배보다 해로워?”라 자조한다.
롤라의 이야기를 들은 찰리는 자신의 과거를 그에게 얘기해준다. 찰리는 어릴 때부터 신발 공장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자랐고, 신발 외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시당했다. 그런 압박에 지친 찰리는 공장을 떠나 런던에서 목표 없이 대학을 다니며 방황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찰리는 “뭐든, 아버지가 싫어하시는 거”라 답한다. 그는 아버지의 강요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고, 아들을 가업으로 이끌려는 아버지의 시도는 역설적이게도 아들을 그 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찰리는 신발 만드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앞서 「Sex Is in the Heel」에서 공장 직원들이 에인절들의 화려한 춤을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찰리의 시선은 오직 그들의 신발에 집중되어 있었다. 공장 직원인 로렌은 찰리를 두고 “신발 얘기를 할 때면 두 눈이 반짝거린다”라고 묘사한다. 찰리가 신발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하며 부르는 넘버 「Step One」에서는 신발에 대한 그의 열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찰리와 롤라는 자신의 꿈을 좇는 데 있어 아버지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묘한 공통점을 갖는다.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며 한 명은 꿈을 잃었고, 한 명은 꿈을 찾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로 돌아와 아버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두 사람은 서로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 아픔을 위로하며 함께 꿈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찰리의 신발 공장은 순조롭게 킹키부츠를 개발하지만, 여전히 롤라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돈과 그의 친구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롤라는 그런 돈에게 ‘진짜 남자다움’에 대해 서로가 생각하는 것을 하나씩 해주는 내기를 제안하고, 이에 돈은 복싱 시합에서 자신을 이길 것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은 롤라가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프로급 복서라는 점이었다. 공장 직원들과 에인절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복싱 시합이 시작되고, 돈은 롤라의 압도적인 실력을 눈치채고 당황한다. 그러나 승리 직전의 순간 롤라는 일부러 손을 뒤로 빼며 돈에게 져준다. 시합이 끝나고 의기양양한 친구들 사이를 빠져나온 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왜 그랬냐고 묻자, 롤라는 웃으며 “네가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 대답한다. 편견을 품고 있었던 롤라의 사려 깊은 성격에 혼란스러워하던 돈은 곧이어 롤라의 조건이 적힌 쪽지를 받는다. 돈은 긴장한 채 쪽지를 열어보는데, 그곳에 적힌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였다.
이 메시지는 롤라가 일생에 걸쳐 사람들에게 바라왔던 점이자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제다. 롤라는 자신과 같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롤라가 돈에게 내건 조건은 치마나 하이힐을 시도해보라는 것이 아닌, 그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뿐이었다. 그 말처럼 롤라는 힘, 과격함 등 전통적인 남성성을 고수하며 자신과 대립하는 돈을 비난하거나 변화시키려 하는 대신,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역시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
나를 이 모습 그대로 이해해줘요
당신의 허물도 사랑해, 그대도 그렇게 나를 사랑해 줘
찰리가 패션쇼에 참가하기 위해 밀라노로 떠난 사이, 한 양로원에서 공연 요청을 받은 롤라는 새하얀 드레스 차림으로 「Hold Me in Your Heart」를 부른다. 평상시의 높게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본래의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부르는 “나를 이 모습 그대로 이해해 줘요, 서로에게 지독한 상처를 줘도 우린 서로가 소중하니까. 당신의 허물도 사랑해, 그대도 그렇게 나를 사랑해 줘”라는 가사의 노래는 롤라의 넘버 중 가장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연을 마친 롤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그를 지켜보고 있던 휠체어를 탄 노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오랜만에 얼굴 봐서 좋았어요, 아빠”라는 인사를 건넨다. ‘복싱 시합 날 하얀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링 위에 올랐고, 그날 아버지와 의절했다’는 롤라의 과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라는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 속 사만다는 연인 스미스와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점차 스스로를 잃고 스미스의 연인으로서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서 위 대사와 함께 이별을 고한다. 사만다는 연인에게 헌신하는 삶과 자신에게 헌신하는 삶 중 후자를 택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스미스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롤라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 모두가 롤라의 진심이다. 그 어떤 타인에 대한 사랑도 자기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롤라는 “여전히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한 뒤 떠난다. 킹키부츠를 신고, 찰리가 있는 밀라노로.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홀로 패션쇼 무대에 오른 찰리는 높은 힐을 신고 불안하게 걷다가 결국 넘어지고 만다. 그 순간 무대에 붉은빛이 깔리며 킹키부츠를 신은 롤라가 돌아온다. 롤라는 넘어진 찰리를 일으켜 세우며 자신이 힘들 때 위로와 응원을 건넸던 그에게 이제 더 큰 사랑을 돌려주겠다고 노래한다.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을 응원하는 노래, 「Raise You Up」이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 줄게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상처받아왔던 롤라와 꿈과 열정을 잃고 방황했던 찰리는 서로를 통해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되찾고, 그 과정에서 어떤 아픔을 겪더라도 서로의 곁에 있어 주겠다는 약속을 나눈다. 그때 무대 뒤편에서 돈이 다른 직원들과 함께 킹키부츠를 신고 등장하며 “네가 불안하고 힘들 땐 우리가 널 지켜줄게”라고 노래한다. 친구를 위해 그토록 거부하던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른 돈의 용기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무대를 비추는 붉은 조명과 롤라의 붉은 드레스는 그의 첫 등장인 「Land of Lola」를 떠올리게 하지만, 롤라와 에인절들이 무대를 장악했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모두가 함께 무대에 서서 꿈을 따라 날아오른다. 동시에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전하는, 자신의 꿈을 따르라는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찰리, 롤라, 돈, 공장 직원들, 관객들, “신사, 숙녀, 그리고 이런저런 그런 모든 분들”을 위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성 관념에 대한 편견, 부모의 그림자에 갇힌 자식의 상처, 자신과 다른 모습의 타인에 대한 포용 등 다양한 소재를 매력적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누군가 이기고 지는 일 없이, 모두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희망적인 결말은 그 자체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듯하다. 여기에 더해 가사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운율을 살려낸 섬세한 번역, 매력적인 인물들과 화려한 무대 연출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특히 엔젤들이 하이힐을 신은 채 다리 찢기, 백 텀블링을 선보이는 「Land of Lola」, 「Sex Is in the Heel」, 「Everybody Say Yeah」는 쇼 뮤지컬의 진수를 한껏 보여준다.
누르면 빛이 나는 ‘절대반지’를 끼고 관객 모두가 함께 춤추는 커튼콜도 <킹키부츠>에서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단 절대반지는 커튼콜 때만 사용할 수 있으니, 공연 중 실수로 반지를 눌러 어두운 객석을 비추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필자는 요즘 흔히 보게 되는 '쥐롤라'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그리고서 막상 킹키부츠를 보려 하니 죄다 매진이라, 간신히 10월에 보러 간다. 성적인 요소를 배재하고서라도 이 공연에서 보여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의 메시지는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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