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이것만 했을 뿐인데. 치매 어르신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 89세인 남성 A 씨는 12년 전 치매 진단을 받고 한 의료기관에서 약물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받지 않은 탓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국내 한 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인지중재란 온라인 화상을 통한 예술활동 등으로 환자의 뇌를 깨우는 치료법을 말한다. 온라인 치료와 더불어 놀이학교 수업을 병행한 결과 A 씨는 K-MMSE(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30점 만점)에서 이전보다 눈에 띄게 향상된 점수를 받았다.
국내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치료가 대면진료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일일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만큼,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한층 덜어줄 뿐 아니라 의료진의 처방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면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명지병원에 따르면 정영희 신경과 교수와 이소영 예술치유센터장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42명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와 대면 진료, 온라인 화상을 통한 비대면 치료를 동시에 진행했다. 세부적으로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겐 4주 대면치료 후 4주 비대면치료를, 다른 그룹에겐 4주 비대면치료 후 4주 대면치료를 실시했다. 비대면 진료로는 인지훈련에 도움을 주는 음악, 미술 등의 예술치료가 병행됐다.
연구팀이 치료 4주차와 8주 차에 각각 환자들의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인지기능과 우울증, 불안,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의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 간 치료 효능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장기간 의료공백 상황에서 치매 환자에 대한 비대면 원격 치료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결과”라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승인된 약물 투여와 대면·비대면 방식의 인지훈련과 예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도 인지능력 개선에 있어 원격의료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장혜민 교수 등에 따르면 60세이상의 성인 389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인지훈련을 12개월간 실시한 결과 이들의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령층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진 덕분에 자택에서 주 5회, 하루 평균 30분 과제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며 “추적관찰 결과 이들의 인지기능은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유병률도 매년 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0년 86만3542명, 2021년 91만 726명, 2022년 95만 351명으로 집계됐다. 의료계에선 1~2년 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에 이르면 치매 환자가 1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질환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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