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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피해 젖먹이 끌어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빠. 끝내 숨져
- 계단에서 발견된 30대 남성도 가족 대피시킨 뒤 참변
성탄절인 25일 새벽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해 어린 자녀를 살리려 품에 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버지가 끝내 숨졌다. 마지막까지 함께 살던 부모와 동생을 대피시키던 30대 남성도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새벽 4시 57분 서울 도봉구 방학동 23층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 바로 윗집에서 7개월·2살 배기를 키우던 부부는 구조를 기다렸지만 여의치 않자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남편 박 아무개(32)씨는 7개월 된 둘째를 안고 뛰었고, 부인 정 아무개(34)씨는 2살 배기 첫째를 재활용 쓰레기봉투 더미 위로 던진 뒤 뛰어내렸다.
추락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남편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아내 정 씨는 어깨 탈골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아이 둘도 다쳤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10층에 살던 임아무개(38)씨도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씨는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피신시킨 뒤 마지막에 빠져나오다가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임 씨가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자’라고 밝혔다.
유족은 “같이 나오다가 (숨진) 아들이 연기를 좀 더 마셨고, 나머지는 덜 마신 것 아니겠느냐”며 “(임씨) 어머니와 동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정사진도 미처 준비되지 못한 빈소에선 임 씨 아버지가 오열하며 “우리 아들 어떡해, 어떡해”만 반복했다.
현장 주민들은 새벽에 ‘펑’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불과 연기가 고층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찾은 아파트 외관은 2층부터 11층까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같은 동 12층에 사는 한아무개(15)군은 “자다가 부모님이 깨워 눈을 떴는데 집이 온통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며 “연기 때문에 목이 너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박씨를 포함한 30대 남성 2명이 숨졌고, 70대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주민 28명은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애초 불이 난 3층 집에서 뛰어내린 70대 부부도 생명엔 지장이 없으나,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짧은 시간에 연기가 차오른 만큼 집안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심각한 연기 흡입 등을 겪지 않았다. 15층에 사는 김 아무개(23)군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 새벽 5시 정각에 깼는데, 이미 연기가 차 있어 나갈 수 없어 계속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5층 주민 송아무개(54)씨는 “화재경보음도 크게 울리지 않았고, 불이 한참 타오르고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야 대피 방송이 나왔다”며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한 연기가 몰려와 오히려 위험해 보여 집으로 돌아와 수건에 물을 묻힌 채 구조를 기다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가족들과 오늘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운 하루가 됐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아파트 화재에선 무조건 외부로 대피를 시도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욕실 등에 대기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연기가 퍼지기 전이라면 1층 또는 옥상으로 대피하는 편이 좋지만, 이미 유독가스가 퍼진 상태라면 옷가지 등에 물을 묻혀 문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에서 구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베란다로 불길이 번질 땐 “욕실에 물을 틀고 최대한 불길 진입을 막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공 교수는 또 “특히 집마다 방독면을 비치한다면, 집 밖 대피 여부와 관계없이 훨씬 안전하다”며 “없을 경우엔 수건 등에 물을 묻혀 가스 흡입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방청도 아파트에서 다른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자기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집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고 지난달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전까진 화염·연기 확산 정도와 무관하게 일률적인 대피를 권고했다.
성탄절에 주민들은 갑작스레 이재민 신세가 됐다. 도봉구청은 피해 주민을 위해 주변 3개 모텔 10개실을 임시거주시설로 마련했다. 김밥 등 도시락과 함께 장갑·속옷·담요·트레이닝복·비누·화장지·수건·베개 등이 들어 있는 구호물품도 배포됐다. 구청은 이날 오후 5시20분 기준 35 가구가 피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인력 222명과 차량 57대를 투입했고 새벽 6시36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화재는 발생 3시간여 만인 아침 8시 40분께 정말 진화됐다. 소방과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최후의 수단인 임플란트 권고 남발" 70대 치과의사의 '과잉진료 내부 고발'
-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김광수씨
- "수가 저렴한 아말감 치료 소개하지 않는 게 문제"
"무슨 바가지를 씌울까 무서워서, (검진한) 충치 환자에게 ‘치과에 가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치과의사 김광수 씨(70)는 최근 책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임플란트는 충치나 잇몸병이 정말 심해져서 치아를 도저히 쓸 수 없을 때 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환자의 치아를 아껴야 하는 의사가 ‘어차피 얼마 뒤에 이를 뽑아야 한다’며 지레짐작하고 임플란트를 권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 병원을 차려서 도합 20년, 대학 강단에서 예방치과학 교수로 17년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충청 지역 건강검진 기관 소속으로 공장을 오가며 치과 검진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검진 기관에서) 매일 70~100명 치아를 봤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수만 많았던 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 30·40대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계층별로 다양했는데, 병원에서 하지 못했던 경험으로 과잉진료 현실을 실감한 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소신’을 엮어 책으로 내게 됐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의 치아에서 아말감(으로 때워진 충치)은 없고 금-인레이 충전만 많았다. 치료 중인 치아는 없는 반면 임플란트하기 위해 뽑힌 치아는 많았다”며 “(치아 한 개당) 1만 5000~1만 8000원이면 하는 아말감 치료 대신 개당 40만 원 하는 금-인레이 충전을 하거나 ‘어차피 1~2년 뒤에 (이가) 빠질 것’이라며 임플란트를 유도하는 등 과잉진료가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검진했을 때 충치가 1~2개 있는 환자로부터 ‘다른 치과에서는 충치가 5~6개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치과 과잉진료 세태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어 “충치가 의심되는 치아도 함부로 때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요즘은 충치가 의심되기만 해도 금으로 때운다”라고 말했다.
상업성을 좇아가는 세태가 과잉 진료를 부추겼다고 김 씨는 지적했다. 아말감 치료나 신경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가가 낮기 때문에 의사나 실장을 통해 금-인레이나 임플란트 등 비싼 치료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의사는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의사의 상업성 추구를 용인했다”며 “입시 제도상 돈 있는 집 자식이 의사 되기 더 쉬워졌다. 어려운 사람 형편도 잘 모르는 의사가 돈은 많이 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에서 환자 유치 규모로 의사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세태도 이를 부추긴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칙칙한 아말감보다는 반짝이는 임플란트를 원하는 사치스러운 소비 풍조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치과에서 아말감 치료를 소개하지 않는 게 문제의 원천”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누워서 침 뱉는 이야기이지만 치과를 2~3군데 정도 다니며 검진을 받길 권한다”며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필요한 서로의 신뢰 관계를 부정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의사들이 환자에게 불신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고 번듯한 대형 치과일수록 상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30년 정도 오래된 치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도했다.
김 씨는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계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과 관련해 “과당 경쟁 때문에 과잉 진료가 불가피하다는 말인데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한지, 이를 위한 과잉 진료는 정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사관학교나 교육대가 전문 군인·교사를 양성하듯 공공병원을 전담할 의료인력 전문 양성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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