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 4일, 오늘의 스포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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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으로 '실책' 지운 황재균, 팀 투지도 깨웠다. "강팀 KT는 변함없는 사실"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이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타격에서 깨끗하게 씻어냈다. 팀이 한국시리즈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기분 좋게 금요일 밤을 즐겼다.
KT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 승제, KT 1승 2패)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11-2로 완파했다. 전날 3차전 3-0 승리로 벼랑 끝에서 벗어났던 가운데 4차전까지 삼켜내고 시리즈 승부를 오는 5일 안방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5차전까지 끌고 갔다.
KT 황재균은 이날 2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 1 홈런 2타점 1 득점을 기록했다.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 홈런포를 가동하고 KT 승리에 힘을 보탰다.
황재균은 4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내가 수비에서 안 좋은 실책을 했다"며 "다행히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1회 말을 잘 막아준 덕분에 나도 빨리 잊고 찬스에서 집중한 게 타점으로 연결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KT는 4차전 1회초 공격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1사 1·3루에서 박병호의 1타점 적시타, 장성우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2-0 리드를 잡고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1회말 NC 선두타자 박민우가 출루하면서 곧바로 추격의 빌미를 줬다.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박민우에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황재균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황재균은 지난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박민우의 평범한 내야 뜬 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던 가운데 4차전에서도 에러가 나오면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흔들릴 수 있었던 황재균을 다잡아 준 건 쿠에바스였다. 쿠에바스는 박민우-박건우를 차례로 범타 처리한 뒤 NC 4번 타자 제이슨 마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1회 말 수비를 마쳤다.
황재균도 마음의 짐을 털어낸 듯 두 번째 타석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KT가 3-0으로 앞선 2회초 1사 1·3루에서 NC 선발투수 송명기를 무너뜨리는 1타점 2루타를 쳐내 스코어를 4-0으로 만들었다.
황재균의 활약은 계속됐다. KT가 6-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NC 두 번째 투수 이재학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투 볼에서 이재학의 3구째 118km짜리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KT는 황재균의 홈런으로 게임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승기를 굳혔다.
황재균은 "홈런 타석에서는 카운트가 투 볼이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이 들어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체인지업에 조금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실투가 들어오면서 잘 받아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돌아봤다.
또 "플레이오프 시작 후 타격감은 계속 괜찮았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며 "전날 3차전과 오늘 4차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와서 앞으로 이어지는 게임도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황재균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09경기 타율 0.295(407타수 120안타) 6홈런 49타점 OPS 0.779로 제 몫을 해줬다. KT가 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하는 부침 속에서도 2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황재균의 기여도가 적지 않았다.
황재균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KT가 예상치 못한 연패를 당했을 때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후배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4차전에서는 그라운드 위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다.
황재균은 "3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어차피 2패를 했으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뛰는 게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만약 우리가 3차전에서 지더라도 올 시즌 꼴찌부터 2위까지 올라간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저력이 있는 팀이니까 즐기면서 하자고 했는데 3, 4차전 승리로 이어져서 너무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또 "후배들에게 편하게 하자고 말했던 건 뭔가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있었고 내 진심도 담겨있었다"며 "우리가 만약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더라도 올해 우리가 잘했던 게 절대 없어지는 게 아니다. KT는 강팀이니까 (시리즈 탈락에 대해) 마음 쓰지 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황재균이 정말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 4차전에서 타격도 잘해줬는데 얼굴이 밝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KT와 NC는 오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다. 역대 KBO 플레이오프(5전 3 선승제 기준, 1999~2000 양대리그·1995·2008·2021년 제외) 1~2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8.2%(15/17)였다.
1~2차전을 패했던 팀이 3~5차전을 내리 따내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경우는 두 차례 있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꺾은 게 최초의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이었다.
2009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에 1~2차전을 내줬지만 3~5차전을 내리 따내는 드라마를 쓰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만약 KT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KBO 역사상 3번째 '리버스 스윕'을 이뤄낸 주인공이 된다.
분주하게 움직인 삼성, 확 바뀐 코칭스태프 라인
- 정민태 1군 투수코치, 정대현 2군 감독 등 6명 영입
- 박진만 감독 필두로 국가대표급 코칭스태프 구성
2년 연속 가을 야구에 실패한 삼성 라이온즈가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바로 국가대표급 코치들의 대거 영입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던 허삼영 감독과 결별하고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박진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처진 삼성은 5월 한때 9위와 6.5경기 차가 날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졌고 결국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 속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문제점이 시즌 내내 삼성을 감쌌고, 결국 시즌을 마치자마자 7년간 팀을 이끌었던 홍준학 단장이 물러나고 이종열 야구대표팀 코치가 새로운 수장 자리를 맡았다.
이종열 단장이 부임한 뒤 삼성은 누구보다 분주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특히 퓨처스 팀에 바이오 메카닉스 등의 첨단 장비를 도입해 풀뿌리를 강화할 예정이며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 팀의 인력 충원까지 약속받은 상황이다.
특히 연이어 발표되는 코칭스태프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삼성은 김재걸 퓨처스 감독이 한화로 떠나자 곧바로 정대현 동의대 수석코치에게 2군 지휘봉을 맡겼다. 현역 시절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정대현 감독은 이종열 단장과 도쿄 올림픽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춘 바 있기 때문에 좋은 ‘케미’가 기대된다.
이어 삼성은 강영식 롯데 불펜코치를 퓨처스 투수코치로 임명했고, 올 시즌까지 SSG에 몸담았던 이진영 코치를 1군 타격코치로 선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일에는 KBO 레전드 정민태 코치가 1군서 투수를 조련할 예정이며 정연창 NC 수석 트레이너가 1군 총괄 트레이닝 코치,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대표팀 트레이너였던 김지훈 코치 역시 2군 총괄 트레이닝 코치직을 맡는다.
6명의 코치들을 대거 영입한 이유는 역시나 1군 전력의 상승 효과와 2군 선수들의 육성을 기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정민태 코치는 KBO리그에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며 정대현 코치는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존 이병규 수석코치를 비롯해 국가대표급 코치진을 보유하게 된 삼성은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리고 이들을 아울러야 하는 박진만 감독의 리더십도 2년 차를 맞아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승 감독 경질로 본 '좋은 구단주' 란?
프로야구 SSG랜더스 김원형 감독이 경질됐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SSG를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로 3년 재계약을 했지만, 계약 기간을 2년 남기고, ‘타의’에 의해 물러났다.
그 타의의 주체가 누구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방향은 한 군데로 모이는 것 같다. 바로 ‘구단주’다. SSG의 구단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공식적으로 SSG 구단은 미래를 위한 구단 자체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SSG 구단의 결정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올 시즌 정상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우승하고 꼴찌로 추락한 것도 아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긴 했지만, 감독이 자리를 걸 정도로 책임을 져야 할 결과는 아니다.
이렇듯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구단 최고위 인사인 정용진 구단주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김원형 감독 경질을 통해 이참에 어떤 구단주가 ‘좋은 구단주냐’라는 문제제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구단주(球團主)라는 단어는 구기 종목 팀인 ‘구단’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구단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설명이 돼 있다. 보통, 영어인 오너(owner)라고 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은 구단주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구단주가 구단 혹은 스포츠단에 관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신이 아닌 이상 홀로 경영하기 쉽지 않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도 구단주들은 돈이 많은 갑부나 재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는 스포츠 분야에는 전문 경영인에게 운영을 맡기는 게 보통이고, 구단주는 자금 지원을 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구단 경영에 개입보다는 선수단에 금일봉이나 선물로 사기를 올리는 역할을 자처하면 ‘좋은 구단주’로 여겨진다. 보통 구단주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구단 운영에 간섭하는 유형도 만만치 않게 많다. 사실 구단주의 입김이 구단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최근의 일도 아니고, 한국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구단주들 중에서도 과도한 개입이나 감독 갈아치우기를 빈번히 해서 입방아에 오른 이들이 많다.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대입해 선수를 팔거나 영입하는 등 선수단을 재편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유형의 구단주들은 자신이 막대한 거금을 투여해 구단을 운영하기에,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인식이 강하다.
물론, 아예 구단에 관심이 없는 유형도 있다. 구단 투자에 인색하거나 오히려 예산을 줄인다. 그래서 최악으로 여겨지는 구단주는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간판선수들을 팔아서 구단을 운영하는 경우다. 구단의 미래나 성적에는 관심이 없이 돈을 벌기 위해 구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정용진 구단주는 SSG 통합 우승을 통해 ‘좋은 구단주’라고 칭송을 받았다는 점이다. 2021년 SK와이번스를 인수한 뒤 라커룸 시설 개선 등 인프라 투자에 직접 신경 썼고, 일부 선수들을 따로 초대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팬들과는 SNS로 활발히 소통하며 ‘용진이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정 구단주도 이 별명을 좋아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취재진을 향해 “선수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게 구단주의 역할이다. 구단 운영은 대표, 단장, 감독 등 야구 전문가에게 맡기고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구단주의 개입은 ‘간섭’이 될 수도 있고, ‘애정’이 될 수도 있다. 그 한 끗 차이에서 좋은 구단주와 나쁜 구단주가 갈리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우승 감독을 한 시즌 만에 그것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성적을 냈는데도 물러나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반적인 기준과 멀고, 그래서 구단주의 간섭처럼 비친다.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 잦으면, 해당 구단이 망가지는 사례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2002년 정규시즌 4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 라이온즈와 명승부를 펼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LG트윈스 사례가 유명하다.
당시 LG는 준우승 후 김성근 감독을 경질했고,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구단 윗선 개입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후에 결과는 야구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LG는 이후 11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에 빠졌고, 한국시리즈 진출은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올해까지 21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