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야구

23년 11월 11일, 코리안시리즈 4차전 KT위즈 대 LG 트윈스

만물보부상 2023. 11. 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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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한 KT 팬들이 자리를 떠났다. 처참한 불펜 확인, 이대로 우승 기회 놓치나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4차전 LG와의 경기, 점수차가 14점까지 벌어지자 홈팀 팬들이 관중석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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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장 기회가 없었던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KT 위즈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KT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대 15로 완패를 당했다. 1차전 승리 이후 2~4차전을 모두 내준 KT는 이제 1승 3패 벼랑 끝에 몰렸다. 오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5차전까지 내주면 그대로 준우승 확정이다.

4차전에서 KT는 엄상백을, LG는 김윤식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두 투수 모두 현재 소속팀의 4선발. 때문에 4차전은 불펜 대첩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LG 김윤식은 호투를 펼쳤다. KT 타자들이 김윤식 공략에 정말 실패하면서 5⅔이닝 동안 1 실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에 패한 KT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엄상백도 잘 버텼지만 1회초 김현수에게 홈런 한 투런 홈런이 뼈아팠고, 5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 상황이 이어지는 와중에 엄상백이 5회 초 선두타자 문성주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KT 벤치는 불펜을 가동했다. 투구 수나 페이스를 감안했을 때 엄상백을 더 밀어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기다릴 수 없었다.

다만, 마운드에 올라온 두번째 투수가 김재윤인 것은 다소 의외였다. 정규 시즌 KT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김재윤은 하루 전인 10일 3차전에서 9회 2 아웃에 오지환에게 결승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강철 감독은 김재윤을 8,9회가 아닌 5회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실패였다. 김재윤이 5회에 홍창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6회에 문보경에 쐐기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틀 연속 악몽이었다.

김재윤이 무너진 이후 경기 흐름이 LG쪽으로 완전히 기울자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등판하지 않았던 불펜 요원들을 내보냈다. 1차전에서는 손동현-박영현, 2차전에서는 손동현-박영현-김재윤, 3차전에서는 손동현-이상동-박영현-김재윤을 올렸던 이 감독이다. 그만큼 현재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들이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면 이 투수들 외에는 확실한 카드가 없는 약점이기도 했다.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 LG가 8-7로 승리했다. 패한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의 성적은 처참했다. 김영현은 1이닝을 던지는 동안 1실점 했고, 김민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2 실점만 하고 내려왔다. 오랜만에 등판한 주권도 ⅔이닝 동안 무려 4 실점을 허용했다. 8회에 올라온 배제성도 3피 안타 3 실점으로 부진했다. 불펜 투수들의 실점 릴레이에 경기 흐름은 완전히 LG쪽으로 기울었다.

선발 야구를 표명하는 KT가 플레이오프와 달리 한국시리즈에서 왜 고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LG 타선은 전체적으로 달아올라있다. 시즌 내내 리그 최강의 파괴력을 보여줬고, 이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식지 않았다. 이런 LG 타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KT의 특급 선발 투수들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실점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불펜까지 뒤를 받쳐주지 못하니 지키는 야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실점이 이어지자 1루 홈 관중석을 가득 채웠던 KT팬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곳곳에서 자리를 뜨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냥 지켜보기에는 팬들의 마음도 괴롭게 만드는 경기였다. 8회와 9회 뒤늦게 점수가 나왔지만 이미 승패와는 무관해질 정도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1승 4패로 시리즈를 끝내느냐, 아니면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느냐는 KT의 분위기에 달려있다.


"그때 세 살이었는데" LG 출신 7767일 만에 선발 승, 김윤식이 해냈다

한국시리즈 4차전 데일리 MVP로 뽑힌 김윤식.

무려 7767일 만이다. 당시 세 살이었던 김윤식(LG 트윈스)은 깔끔한 투구로 선발승을 따내며 구단 역사의 새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윤식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 승제)' 4차전 kt 위즈와 맞대결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날 김윤식의 투구는 완벽했다. 1~3회말까지 퍼펙트 투구를 선보이며 kt 타선을 막아냈다. 비록 4회 말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볼넷, 5회 말 1사 후 문상철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퍼펙트와 노히트 행진이 깨졌으나 경기 내내 깔끔한 투구가 돋보였다.

김윤식의 힘찬 투구.

첫 실점은 팀이 5-0으로 앞선 6회초 2사 후였다. 김상수에게 좌측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맞은 뒤 황재균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줘 5-1이 됐다. 김윤식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구원 투수 백승현과 배턴을 바꾸고 내려왔다.

구원 투수 백승현은 후속타자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장성우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 이닝을 정리했다. 김윤식의 추가 실점은 올라가지 않았고, 최종 성적 5⅔이닝 3피 안타 1 볼넷 3 탈삼진 1 실점을 기록했다. 팀도 15-4로 승리해 김윤식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동시에 한국시리즈 4차전 데일리 MVP로 뽑혔다.

염경엽 LG 감독은 김윤식의 투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김)윤식이가 생각보다 훨씬 좋은 투구를 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 던져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해줘 승리의 발판이 됐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윤식과 염경엽 LG감독.

경기 뒤 만난 김윤식은 "승리하는 데 한몫을 한 것 같아 기쁘다. 앞에서 (김)현수 형이 홈런을 쳐줘서 편하게 시작했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는 김윤식에게도, 팀에게도 의미가 컸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LG. 팀은 앞선 2~3차전에 승리했지만, 선발 투수들이 일찍 물러나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이날 김윤식은 7667일 만에 LG 선수로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기록했다.

해당 기록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윤식은 "아직 들은 내용이 없어 잘 모르겠다. 좀 오래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2002년(11월 4일) 라벨로 만자니오의 기록을 설명하며 당시 몇 살이었는지 묻자 김윤식은 "세 살이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빅게임 피쳐'를 증명한 김윤식.

이날 등판으로 김윤식은 다시 한 번 빅게임 피처라는 점을 증명했다. 그는 지난해 키움과 플레이오프에서 생애 첫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에도 5⅔이닝 1 실점으로 호투해 눈길을 끌었다.

가을만 되면 강해지는 비결에 대해 김윤식은 "신인 때부터 4년 내내 포스트시즌에 나서 긴장을 덜 했던 것 같다. 지난해 잘한 덕분에 시리즈를 편하게 임했다"라며 "(지난해 5⅔이닝을 던져) 6회까지 깔끔하게 막고 싶었지만, 벤치에서 연료가 다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내려와서 다행이다"라고 얘기했다.

김윤식은 남은 경기 어떤 보직에서 뛸지 물어보는 질문에 "(더그아웃) 응원단장을 맡을 것이다"라고 미소를 보이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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