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생활 입문기.
불과 몇달전, 요식업을 하고있을때였다.
주6일, 하루12시간(휴게시간 포함) 이라는 어마무시한 근무폼에 지쳐 집에 와도 멍때리다 자기 바쁠때,
유튜브에서 취미생활을 검색하던중 어항 속 풍경에 푹 빠지게 되었었고, 그중 무환수 무여과라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말에, 혹 해서 냅다 구매해버린 25큐브 무무항 키트.
테이X 펫 이라는 곳에서 가격대를 보고 잠깐 멈칫 했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빨리 나도 유튜브에서 본 저들과
같은 어항을 꾸며보리라 다짐하며 냉큼 구매했던. 위 사진은 초기 세팅중인 모습이다.
학창시절 예체능 계열이라 뭔지도 모를 아질산, 질산염 등의 복잡한 이론을 뭘 그리 열심히 보고 공부했었는지,
지금은 그렇게 못할것 같다. 마리모와 화산석, 판매처에서 잡힌물, 잡힌 바닥재 를 받아 세팅했던 모습.
수조 세팅시, 수위를 한번에 다 채우지 않고, 점차 채우며 용존산소량을 높게 유지하라는 유튜버의 말을 듣고서
답답하지만 2cm 씩 늘려나갔다. 수초들의 성장도 쑥쑥 자라는 모습.
블루글라스 구피 트리오를 데려다가 맞댐을 시킨후 입수시키니, 얼추 내가 그렸던 모습과 비슷하게 나와 행복했던..
일주일 차가 되도록 나는 점점 욕심이 커져, 큰 어항부터 새우류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고,
그결과...
무턱대고 당근에서 줍줍해온 자반 어항에, 쿠팡으로 폭풍주문한 수초들과 화산석으로 새우항이랍시고 세팅해놨다.
초기에 물생활에 관하여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시작하시는 분들중 대다수가 많은 구피들과 베타들, 새우들이
용궁으로 간다며 호소하는 글을 많이 봐와서, 일하면서도 '애들이 멀쩡할까? 살아있겠지? 어항은 안터졌겠지?'
하는 걱정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방치하다싶이 하고있고, 물생활 시작하고 3주정도? 는 계속 걱정이 따라붙는 취미생활이었다.
물생활도 어느덧 두달이 넘어가는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환수 무여과 (무무항이라고들 하더라.)를
안할것 같다. 물론 물생활엔 답이 없다. 라는 말도 맞지만, 치어를 받고나서 치어들이 죄다 바늘꼬리가 왔을때
느낀건, 무무항이 얘네들한테 최적화된 환경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바늘 꼬리 라는 것이, 수질이 안좋을때
많이 온다고들 하는데, 무무항이 딱 그런것 같았다. 특히나 처음 구매했던 그곳에서 25큐브라며 받아온 어항은,
알고보니 사이즈도 20큐브였고, 물의 양이 적을수록 주변 환경(온도, 수질)변화가 급격하게 변화한다는것을 알고서는,
자반 어항에 구피와 새우들을 모두 옮겨두고서 20큐브는 당근으로 판매했다.
그리고 1자 어항을 하나 또 당근으로 줍줍해와서, 왈스타드 방식으로
바닥재는 배양토+흑사 세팅, 수초는 전체 바닥의 70% 식재한 후 구피들을 옮겨주었고, 바늘꼬리는 어느정도
호전되어 치어가 유어로 자랐었다. 물론 현재는 운영중인 어항 모두 외부여과기를 하나씩 달고있고,
환수도 못해도 주에 1회는 꾸준히 해주고있다.
물생활. 물고기 키우기. 초반에 멋모르고 나처럼 무턱대고 무무항에 도전한다는 분이 계시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물생활에 있어서 돈이 가장 많이 깨지는게 바로 '중복투자' 때문인데,
무무항이 딱 중복투자하기 좋기에, 덮어놓고 이것저것 사다가 다시 되돌아보면 후회하는일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나는 무무항 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틀렸다! 라고 말하는것이 아니다.
그것도 정말 깊이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더 배울게 많기때문에, 초보분들이나, 이제 막 물생활을 하시려는 분들에게는
가급적 피하라는 말씀이다. 물론 기포기 소리, 물소리에 민감하신 분들이야 여과기 없이 운영한다는 말에 혹해서
(본인이 그랬다.) 시작하실수도 있겠지만, 취미생활이자 어찌보면 반려생물을 키우는 것이다 보니,
이제 막 시작하시는 분들이 무무항을 하기엔 물고기들 용궁보내기 딱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
아무쪼록 앞으로도 틈틈히 물생활 하면서 글을 올리겠지만,
물생활 이라는 취미가 참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다. 마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을 '집사'라고 칭하는 것처럼,
물생활도 부지런해야 하는 취미이고, 또 부지런한 만큼 힐링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