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지옥' 오죽했으면, 휴대폰만 들어도 벌금 39만 원 내는 이곳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올해 여름 유럽 각국은 밀려드는 관광객에게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하고 관광세·입장료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무분별한 '인증숏', 각종 소음 등으로부터 현지 주민을 보호하려는 규제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바르셀로나에선 최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식료품점의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고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전했다.
1898년 문을 연 무리아 식료품점은 캐비어·와인·훈제 고기·치즈 등 고급 식품을 판매한다. 이곳은 19세기 예술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해 관광 명소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지갑을 여는 대신 고풍스러운 외관을 사진에 담고 돌아갔다.
몰려드는 관광객에 고심하던 식료품점 측은 결국 '견학만 하는 사람에겐 1인당 5유로(약 7050원)를 받는다'는 영어 안내문을 문에 걸었다. 주인인 호안 무리아는 현지 매체에 "우리 물건을 사주는 단골이 관광객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을 막기 위해 안내문을 내걸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안내문이 걸린 뒤에야 관광객의 입장이 줄었다.
포브스는 무리아 식료품점의 사례가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버 투어리즘은 수용 범위를 넘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 현지 주민의 일상을 힘들게 하는 현상을 뜻한다.
'책임여행'의 공동설립자인 저스틴 프랜시스는 유로뉴스에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려 많은 관광지가 관광세를 도입·인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단 세금을 물리면 관광객 중 일부는 관광세 없는 곳으로 행선지를 바꾸기 때문이다. 관광객 감소 효과가 낮다고 해도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쓸 재원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
지난해 시내 호텔과 별장에 숙박한 외국인이 9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는 바르셀로나의 시 당국은 관광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하루 1.75유로(약 2500원)였던 관광세를 지난 4월부터 2.75유로(약 3880원)로 올렸다. 내년 4월 1일에는 3.25유로(약 4500원)로 다시 올린다. 5성급 호텔 투숙객에게 받는 1박당 6.25유로(약 8800원)의 세금을 내년부터 6.75유로(약 9500원)로 인상한다.
바르셀로나 시 정부는 관광세 대부분을 교통 시설 개선에 쓰겠다고 했다. 스페인 언론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오버 투어리즘 억제를 위해 조만간 관광세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산티아고엔 지난해 43만 9000명의 순례자가 몰렸다.
관광객으로 인해 '인증숏 지옥'이 된 관광명소에도 다양한 규제가 생기고 있다. 아름다운 항구 풍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포르토피노는 사진 촬영을 아예 금하는 '레드존'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증샷 명소가 되면서 도심 교통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나온 대책이다. 레드존은 오는 10월 15일까지 매일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적용되는데, 이 시간에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배회하거나 대기하다 적발되면 최대 275유로(약 39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중 하나인 스위스 이젤발트는 인증숏을 찍으려는 'K드라마' 팬이 몰려 문제가 됐다. 지방정부가 나서 5 스위스프랑(약 7300원)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인파를 줄이기로 했다. 통행료는 관광객이 버리고 간 오물 처리, 화장실 개선 등에 쓰인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제작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산악마을 할슈타트에선 지난 5월 도로 일부에 나무 울타리를 설치됐다. 마을 전경을 찍으러 몰려든 관광객으로 크고 작은 불편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당국이 중재에 나서 1주일 만에 철거했지만, 현지 매체들은 아직도 갈등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폭증에 입장객을 제한하는 명소도 늘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하루 방문 인원을 최근 4만 5000명에서 3만 명으로 낮췄다. 사고 방지와 쾌적한 관람을 위해서다. 그리스 정부는 아크로폴리스를 찾는 관람객이 크게 늘자 시간제 입장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로마도 지난 3월부터 대표적인 유적인 판테온의 관람객에게 1인당 5유로(약 7050원)를 받고 있다. 이전엔 무료로 개방했으나, 방문객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유료로 전환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서는 1300년 역사의 수도원 몽생미셸을 보기 위한 행렬을 줄이기 위해 유일한 통행 수단인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관광객이 유발하는 '민폐'를 막기 위한 단속과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관광객에 의한 노상 방뇨, 기물 파손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시의회는 도심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을 폐쇄해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 입항을 막기로 했다. 과잉 관광과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포르투갈 당국은 소음 단속에 나섰다. 해변에서 음악을 크게 트는 개인에겐 최대 4000유로(약 564만 원), 단체 관광객에겐 최대 3만 6000유로(약 5078만 원)를 물리기로 했다. 음악을 튼 전자기기도 압수당할 수 있다.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이면서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선 여행용 캐리어를 끌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내놨다. 관광객이 끌고 다니는 캐리어의 바퀴가 구시가지의 돌·대리석 바닥과 마찰해 생기는 소음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 이를 어기면 265유로(약 38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편 최근 이어지는 폭염과 산불로 남유럽을 향하던 일부 관광객들이 휴가지를 북유럽 등으로 바꾸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다. 유럽관광위원회(ETF)에 따르면 40~50도에 달하는 불볕더위가 지속하면서 체코·불가리아·아일랜드·덴마크 등 상대적으로 선선한 국가를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여행 컨설팅업체 PC 에이전시 최고경영자(CEO) 폴 찰스는 가디언지에 "호텔·항공 예약을 보면 남유럽 여행을 계획했다가 폭염으로 인해 막판에 아일랜드 등으로 목적지를 바꾸는 미국인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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